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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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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 / 백순이 헤레나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목욕을 하고 보랏빛 옷을 입고
대림환을 벽에 걸고
꽃꽂이를 하고 대림초에 불을 켜고
머리 숙여 조아리고 앉았습니다
당신을 맞이하는 이 모든 준비를 하는 동안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기다림이란 이런 것인가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설레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성호를 긋고
눈을 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제 마음 안에 있는 어두운 영을 씻어내기 위해
감사와 참회의 기도를 드립니다
곱고 고운 모습으로 오실 당신을
정갈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테니까요
그런데 어쩌지요?
하루 이틀 기도로는 다 씻어낼 수 없는 이 죄인
이 작은 가슴 안에 쌓인 죄는 왜 이렇게도 깊고도 넓은지요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요?
사랑하는 이를 순백의 마음으로 맞이하고픈 설레임

집안에 외등은 꼭 하나 켜 두어야겠습니다
어두우면 행여 되돌아가실까봐
행여 예정보다 일찍 오셔서 문을 두드리시지는 않을지
어젯밤엔 몇 번이나 자다 깨었습니다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요?
잠 못이루며 기다리는 설레임

옛날에 그 옛날에는
당신을 말구유에서 맞이하였지만
깨끗한 이불 찬 채라도 마련해야겠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외롭게 하지 않아야 할 테니까요
저에게 오시는 당신을 진실로 진실로 반겨야 하겠지요

어디만큼 오셨나요?
기차를 타고 오시나요, 걸어서 오시나요?
세수대야에 따뜻한 물도 준비해야겠군요
들리시나요? 콩당콩당 뛰는 이 심장소리를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설레이는 이 마음 보이시나요?

그대여, 어서 오소서
깊은 잠 들지 않고 기다리겠나이다
오실 때는
평화와 희망의 선물을 가득 안고 오소서
온 누리가 평화와 희망으로 넘치도록 가득 안고 오소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맞이하겠나이다
사랑하는 이여, 설레임으로 당신을 기다리나이다
















Peer Gynt Suites No.1, Op.46
1st mov. Morning Mood

Edvard Grieg(184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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